25. 07. 04. PM 2:12

"한 끼만 바꿔도 혈압이 내려간다"는 말, 너무 자주 들어서 무뎌졌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1997년 미국에서 진행된 한 임상 시험은 정말 그렇게 끝났어요. 약을 더하지도, 운동을 시키지도 않고 식단만 바꿨는데 수축기 혈압이 평균 5.5mmHg 내려갔어요. 이 식단의 이름이 DASH예요.
DASH는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에요. 미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가 주도해서 만들었고, 고혈압을 막을 식단을 찾자는 목적이 분명한 연구였어요. 그 뒤로 미국 매체 U.S. News & World Report가 매년 꼽는 '건강 식단' 순위에서 오랫동안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어요. 2025년에도 '심장 건강에 가장 좋은 식단', '고혈압에 가장 좋은 식단' 1위였어요.
DASH가 한국에서 더 와닿는 이유는 우리 식탁 때문이에요. 식약처가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136mg이에요. WHO가 권고하는 2,000mg의 1.6배예요. DASH가 일반 버전에서 권하는 2,300mg보다도 800mg 정도 많고, 저염 버전 1,500mg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어요.

국 한 그릇, 라면 한 봉지, 김치찌개 한 끼면 권고치를 가뿐히 넘겨요. 그래서 DASH의 출발점은 '소금을 끊자'가 아니에요. 짠 음식 자리에 다른 걸 채워 넣는 쪽에 더 가까워요.
DASH 식단을 가장 짧게 설명하면 이래요. 접시 절반은 채소와 과일, 나머지를 통곡물·살코기·콩·생선·저지방 유제품으로 채우고, 간은 한 단계 낮춰서 한다. 어떤 음식을 끊어야 한다는 명령보다는 어떤 음식을 더 담을지가 먼저예요.

흰쌀밥을 현미밥으로, 흰빵을 통밀빵으로 바꿔보는 식이에요. 붉은 고기를 매번 먹기보다 일주일에 며칠은 생선이나 두부, 콩 요리로 채워보는 거예요. 간식이 당기면 과자 대신 견과 한 줌이 자리를 대신해요. 국물은 반만 마시고, 간이 부족하면 식초나 레몬, 후추·마늘 같은 향신료로 보태요.
특이한 점은 단백질을 줄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살코기, 생선, 콩, 저지방 유제품으로 단백질은 충분히 챙기되, 자리만 바꾸는 식단이에요.
DASH의 첫 임상 시험 결과는 1997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어요. 459명이 8주간 식단을 바꿨고, 체중을 따로 줄이지 않았는데도 수축기 혈압이 평균 5.5mmHg, 이완기 혈압이 3.0mmHg 내려갔어요. 고혈압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효과가 더 컸어요.
체중에 대한 연구는 더 뒤에 나왔어요. 사우스다코타주립대 연구진이 2019년에 발표한 임상에서는 65세 이상 비만 성인 36명에게 칼로리를 적당히 제한한 DASH 식단(1,800kcal)을 12주간 제공했어요. 체중은 평균 6.3%, 체지방은 약 4.4kg 빠졌고, 근력은 떨어지지 않고 유지됐어요. 나이가 들수록 다이어트가 무서운 이유가 근육이 같이 빠지는 거잖아요. 그 걱정을 어느 정도 덜어준 결과였어요.

처음부터 다섯 가지를 다 지키려고 하면 며칠 못 가요. 가장 가벼운 출발점을 하나 골라보세요.
한 가지가 익숙해지면 다음 한 가지를 더해가는 식이에요. DASH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준 건 '갑자기 끊는 식단보다 오래 가는 식단이 결국 이긴다'는 점이었어요.
혈압이 이미 높거나 약을 드시는 중이라면, 식단을 바꾸기 전에 한 번은 주치의와 상의해보시는 게 좋아요. 식단이 약을 대신하지는 못해도, 약과 함께 가면 효과가 더 단단해진다는 게 여러 가이드라인에서 공통으로 말하는 부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