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05. 01. AM 9:21
요즘 비만 치료제 이야기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는 "먹는 약"이에요. 주사 부담 없이 알약 하나로 체중을 줄여주는 GLP-1, 일라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이 임상 3상을 통과하면서 곧 글로벌 허가 신청 단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자주 보여요.
그런데 더 흥미로운 데이터는 다른 곳에 있어요. 약을 끊은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본 임상이에요. 거기서 나온 숫자가 "약만 잘 먹으면 끝"이라는 기대를 조금 다르게 보게 만들어요.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를 68주 동안 복용한 사람들은 평균 17.3% 체중이 줄었어요. 그런데 약을 멈추고 1년이 지나자 줄였던 무게의 약 67%가 다시 돌아왔어요. 10kg을 뺐다면 그중 6.7kg이 되돌아온 셈이에요. STEP 1 임상의 연장 분석에서 나온 결과예요.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도 비슷한 패턴이 있어요. SURMOUNT-4 임상에서, 36주간 약을 먹고 체중을 줄인 뒤 위약으로 바꾼 사람들은 1년 동안 체중이 평균 14% 다시 올라갔어요. 같은 기간에 약을 계속 먹은 사람들은 추가로 5% 더 줄었고요.
이 차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에요. GLP-1 약물은 식욕 호르몬 자체에 작용해서 덜 먹게 만들어요. 약을 멈추면 그 효과가 사라지고, 줄어들었던 식욕은 거의 그대로 돌아와요.
그래서 비만의학에서는 세트포인트라는 개념을 이야기해요. 몸이 "이 정도가 내 무게"라고 기억하는 지점이 있고, 거기서 멀어지면 다시 그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동한다는 가설이에요. 약은 그 힘을 한동안 눌러주지만, 약을 빼면 힘이 다시 올라와요.

오르포글리프론은 NEJM에 발표된 임상 2상(2023)에서 45mg 용량으로 36주 복용 시 평균 14.7% 체중이 줄었어요. 비만이거나 과체중이면서 한 가지 이상 동반질환이 있는 성인들이 대상이었어요.
이어서 2025년에 임상 3상 ATTAIN-1 결과가 나왔어요. 72주 동안 36mg을 먹은 그룹에서 평균 12.4% 체중이 줄었어요. 주사형 GLP-1과 견줘도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따라왔어요. 일라이 릴리는 이 결과로 비만 적응증 글로벌 허가 신청을 시작했어요.
먹는 약이라는 형태는 분명한 의미가 있어요. 주사 자체가 부담스러워 시작 못 하던 분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춰주고, 유통이나 보관도 단순해져요.
다만 "약을 끊은 뒤" 부분은 알약이든 주사든 같은 자리에 남아 있어요. 호르몬에 작용하는 약물이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비만의학 학회들이 최근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게 약과 같이 가는 생활습관이에요. 2025년에 미국 라이프스타일의학회(ACLM), 미국영양학회(ASN), 비만의학회(OMA), 비만학회(TOS)가 공동으로 낸 자문 권고에서 네 가지가 반복돼서 나왔어요.
01. 잠을 충분히 자기. 수면이 부족하면 식욕 호르몬(렙틴·그렐린)이 흔들리고 인슐린 저항성도 올라가요. 약효도 잘 받으려면 잠이 받쳐줘야 해요.
02. 스트레스 다루기. 스트레스가 길게 가면 식사 패턴과 수면이 같이 흐트러져요. 짧은 산책, 호흡, 마음 터놓을 수 있는 대화도 도움이 돼요.
03. 단백질과 식이섬유 챙기기. GLP-1로 체중을 줄이면 근육량도 같이 빠지기 쉬워요.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챙기면 근육과 포만감을 같이 지켜줘요.
04. 근력 운동 곁들이기. 유산소만으로는 근육을 지키기 어려워요. 근력 운동을 일주일에 2~3번이라도 같이 하면, 체중이 줄어도 대사량이 덜 떨어져요.
약을 끊고도 감량을 유지한 사람들과 다시 늘어난 사람들을 비교한 분석에서, 유지한 쪽은 이 네 가지를 약 복용 기간에 함께 쌓아둔 비율이 높았어요. 약은 식욕을 눌러주는 동안 습관을 새로 설치할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에요.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약을 끊은 다음 해를 결정해요.
먹는 GLP-1이 나오면 분명 더 많은 분이 비만 치료를 시작할 거예요. 그건 좋은 변화예요.
다만 약은 "체중을 평생 대신 관리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습관을 바꿀 시간을 벌어주는 도구에 가까워요. 그 시간 동안 수면·스트레스·식사·운동에서 한 가지씩 자리잡아둔다면, 약을 끊은 다음 해가 많이 달라져요.
오늘 한 가지만 골라보면 어떨까요? 오늘 밤은 평소보다 30분 일찍 자보거나, 저녁 식사에 단백질 한 손바닥을 더 챙겨보는 정도면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