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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은 모양이 아니라 호르몬을 만들어요

25. 04. 23. PM 2:54

근육은 모양이 아니라 호르몬을 만들어요

헬스장에 가면 풍경이 비슷해요. 한쪽에선 덤벨을 들고, 한쪽에선 러닝머신 위를 걸어요. 근력 운동은 "보이려고 하는 것"이라는 인상이 아직 강해요. 다이어트하려면 일단 유산소부터, 라는 말도 자주 들리고요.

그런데 최근 20년 사이 근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어요. 근육이 단순히 움직임을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수축할 때마다 신호 물질을 뿜어내는 작은 분비기관이라는 것이 밝혀졌거든요. 이 물질을 한데 묶어 마이오카인(myokine) 이라고 불러요.

오늘은 이 한 단어를 따라가 보려고 해요. 무거운 무게를 드는 일이 모양 만들기와 어떻게 다른지, 우리 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같이 살펴봐요.

근수축 한 번이 다녀가는 곳

마이오카인이라는 용어는 2003년에 처음 나왔어요. 덴마크의 면역대사 연구자 벤테 페데르센(Bente Klarlund Pedersen) 팀이 운동 중 근육에서 IL-6라는 신호 단백질이 나오는 걸 보고 이름을 붙였어요. 그 뒤로 IL-15, BDNF, 데코린, 아이리신처럼 수백 종이 차례로 발견됐고, 지금은 근육을 "내분비 기관 중 하나"로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아요.

이 물질들은 근육 안에 머물지 않고 혈관을 타고 멀리 가요. 지방조직에 들러 갈색지방처럼 행동하라는 신호를 주고, 간과 췌장 쪽에선 인슐린 민감도를 끌어올리는 데 관여해요. 뇌까지 닿아 학습·기억과 관련된 BDNF 분비를 자극한다는 보고도 있고요.

여기서 중요한 점 한 가지. 근육은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라 수축할 때 이 일을 해요. 앉아만 있어선 신호가 만들어지지 않아요.

따라가 볼 호르몬 하나, 아이리신

마이오카인 중에서도 체지방과 관련해 자주 거론되는 게 아이리신(Irisin) 이에요. 2012년 하버드 연구팀이 보고한 이 호르몬은 운동할 때 근육에서 잘려 나와 혈액으로 풀려요.

아이리신이 하는 일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래요. 백색지방에 갈색지방 같은 성격을 입혀요.

말이 좀 낯설죠. 우리 몸의 지방은 한 종류가 아니에요. 보통 "살"이라고 부르는 건 백색지방이에요. 에너지를 그대로 쌓아두는 창고에 가까워요. 반대로 갈색지방은 미토콘드리아가 많아 열을 만들어 에너지를 소비하는 쪽이에요. 아기 때 많고 어른이 되면 줄어들어요.

아이리신은 백색지방 안에 UCP1이라는 단백질의 발현을 늘려요. UCP1은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흐름을 ATP가 아니라 열로 흘려보내는 통로예요. 이렇게 갈색지방 비슷해진 세포를 베이지 지방(beige fat) 이라고 불러요.

다만 한 가지 균형을 잡고 싶어요. 동물 실험에서 보이는 효과가 사람에선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성인 몸 안의 갈색지방 양 자체가 적고, 아이리신만으로 체중이 빠진다고 단정한 연구는 아직 없어요. 그래서 "운동하면 살이 알아서 빠진다"는 마법의 약은 아니에요. 다만 근육 운동이 단순히 칼로리를 태우는 것 이상으로 대사 흐름을 바꾼다는 신호, 이 정도가 지금까지 모인 그림이에요.

어떤 운동이 스위치를 켜요?

마이오카인 분비에는 조건이 있어요. 어느 정도 강한 근수축이 필요해요. 가볍게 들어 올리는 무게로는 신호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요. 저항운동에서 흔히 권하는 강도를 정리하면 이래요.

  • 무게: 한 번에 들 수 있는 최대 무게(1RM)의 70~80%
  • 횟수: 한 동작당 8~12회
  • 세트: 같은 동작을 2~4세트
  • 휴식: 세트 사이 1~3분

이건 미국스포츠의학회(ACSM)가 오랫동안 권해 온 근비대용 기본 범위예요. 최근 연구에선 더 가벼운 무게로도 충분히 지치게 들면 비슷한 효과가 난다고 보고돼요. 그러니 70~80%라는 숫자에 너무 매이지 않아도 돼요. 핵심은 마지막 한두 번이 버겁다고 느껴질 정도까지 가는 거예요.

웨이트만 분비를 일으키는 건 아니에요. 달리기·수영·자전거 같은 유산소 운동도 아이리신을 비롯한 마이오카인 분비를 끌어올려요. 강도가 셀수록, 시간이 길수록 양이 늘어난다는 메타분석 보고도 있어요. 다만 근육량 자체를 키우려면 저항운동이 필요하니, 두 가지를 같이 가져가는 그림이 가장 자연스러워요.

오늘 한 가지만 챙긴다면

긴 이야기를 짧게 줄여 볼게요.

  • 근육은 모양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수축할 때 호르몬을 만드는 분비기관이에요.
  • 그 호르몬은 지방·혈당·뇌·면역까지 가서 신호를 줘요.
  • 이 신호가 잘 만들어지려면 약간 버거운 강도의 운동이 필요해요.

초보자라면 오늘 처음부터 1RM을 잴 필요는 없어요. 평소 들던 무게에서 한 단계만 올려 보고, 마지막 두 번이 힘들면 그게 적정 강도예요. 일주일에 두 번, 큰 근육 위주로 30분만 시작해 봐도 충분해요.

근육이 조금씩 늘면 대사가 같이 깨어나요. 그 변화는 거울보다 컨디션으로 먼저 와요.


면책: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만성 질환이 있거나 운동을 새로 시작하기 전에는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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